언론기사

지난해 9월 쌍둥이 임신 7개월 차인 A(34· 전남 고흥군)씨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조기 양막(태아를 감싼 막) 파열이었다. 구급차를 타고 고흥에서 순천의 현대여성아동병원으로 달렸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쌍둥이가 태어났다. 몸무게가 각각 1.3㎏, 985g의 미숙아였다.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두 달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둘 다 건강하다. A씨는 “제가 품어서 키울 수 없을 때 병원이 아이들을 대신 키워줬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NICU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의 현대여성아동병원은 전국의 유일한 주산기 전문병원이다. 임신 20주부터 출산 후 4주까지를 주산기라고 하는데, 산모와 아이에게 여러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이 병원은 이 시기의 산모와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케어한다. 월 150건 내외의 분만을 담당한다. 출산 후 산모와 소아 진료를 담당한다. 순천·여수·광양의 전남 동부권에서 환자들이 찾는다. 순천시 보건소 팀장은 "이 병원이 순천 환자를 60% 가량을 소화한다. 고위험 산모들이 광주·진주로 가면 너무 멀어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윤혜설 이사장은 “상태가 안 좋은 아이를 광주로 보내다 아이를 잃는 경우가 생기니까 이런 일을 줄이고자 병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2014년 NICU를 열고 신생아 세부 전문의를 영입했다. 간호사들을 서울로 교육을 보내 전문성을 키웠다.

지역의료·필수의료 위기 속에서도 특정분야를 전문화한 강소병원들이 지역의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손이 닿지 않는 빈 곳을 메워준다.

뇌혈관 수술은 필수의료 위기의 상징이다. 국내 최고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의사가 없어서 간호사가 숨지는 일이 생길 정도이다. 경북 포항의 에스포항병원은 경북의 유일한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이 병원은 거의 매년 뇌동맥류 환자 300명을 수술한다. 뇌졸중 환자의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IAT 수술도 매년 100건 이상 한다. 홍대영 뇌ㆍ혈관 병원장은 “전국에서 이 수술을 100건 이상 하는 데가 10곳이 안 된다”고 말한다.

홍 원장은 “대학병원이 없는 포항에서 뇌혈관 응급 환자가 생기면 대구로 보내다가 골든타임이 지난다”며 “그런 일은 없어야겠다는 뜻에서 전문병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신경외과 전문의가 14명이다. 8명이 뇌, 6명이 척추 담당이다.

충북 청주의 마이크로병원은 수지접합 수술 전문병원이다. 한 해에 손ㆍ팔ㆍ다리 절단 환자 200~300명을 수술한다. 2004년 문을 열었다. 민지홍 이사장은 “지역에 공단이 있어 절단 사고가 많다.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가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장애가 생기는 걸 보고 접합 수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접합 수술의 골든타임은 6시간 정도라서 밤에도 수술해야 한다. 충북뿐 아니라 전북과 강원, 수도권에서도 환자가 온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전문의 3명이 야간·휴일 당직을 선다.

뇌혈관 전문병원인 대구의 굿모닝병원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잇는 역할을 한다. 김명섭 굿모닝병원장은 “대학병원에서도 우리를 인정하고 환자를 보낸다. 대학병원에서 못 받는 응급 환자를 우리가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 초 경북대병원이 보낸 70대 환자의 지주막하 출혈을 잡아냈다.

전국에서 소아과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구 10만 소도시 경남 사천은 소아과 인프라가 탄탄해졌다. 삼천포제일병원은 지난달 소아청소년과 전용병동을 열었고, 3명의 전문의가 오전 8시~오후7시 진료를 한다. 삼천포서울병원 역시 이달 소아청소년과를 신설했다. 두 병원은 '소아과 인프라 붕괴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 사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지역주민에게는 매우 고맙고 잘된 일이다. 인근 고성·남해에서도 소아과 진료를 보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사 구인난이다. 김명섭 굿모닝병원장은 "대학에서 빠져나오는 교수를 뽑고 월급 높여서 데려오고, 여기에 10년 걸렸다”며 “정부가 대책을 안 세우면 5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여성아동병원의 윤 이사장은 “전국 유일의 주산기병원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특화 했지만 내려놓고 싶을 때도 한 두번 아니다”라며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착한 적자 보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장주영·황수연·김나한·채혜선·김나한 기자 ssshin@joongang.co.kr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9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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